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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7일 화요일

우파 파브릭


우파 파브릭 (독일 생태공동체입니다)





서베를린 '우파 파브릭' 도심 속 문화생태 '오아시스'
방치된 영화 촬영소 공동체 마을로
친환경 삶 추구·김덕수 '난장' 공연도
베를린 도심 한 가운데 오아시스가 있다. 우파 파브릭(Ufa Fabrik)이란 녹색 문화 오아시스. 주변 풍경과 사뭇 다르다. 풀이 자라고 있는 녹색지붕과 어린이 농장이 있는 걸 보면 생태마을 같은데, 곳곳에 붙어있는 공연포스터와 공연장을 보면 문화공간 같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한 프리스쿨과 어린이서커스단을 보면 교육시설 같기도 한, 사실은 이 모두를 충족시키는 문화생태마을이다. 일상이 곧 문화인 공간이다. 우파 파브릭은 폐허로 방치됐던 영화촬영소를 문화생태마을로 가꾼 공간이다.
우파 파브릭은 2차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독일 영화의 본산이었다. 우니베르줌영화사(UFA·Universum Film Aktien Gesellschaft)의 촬영소는 서베를린에, 현상소는 동베를린에 있었다. 하지만 베를린 장벽이 만들어지면서 촬영소와 현상소는 공동작업을 할 수 없었고, 서베를린의 촬영소는 잡초만 무성해졌다. 이 공간에 젊은 예술가집단이 터를 잡았다. 당시 서독정부는 섬처럼 고립됐던 베를린 청년들에겐 징집을 면제했고, 덕분에 돈은 없고 열정만 가득한 젊은 예술가들이 꿈과 비전을 위해 베를린으로 모여들었다. 우파 영화소의 버려진 촬영소에 모여든 젊은 예술가들도 그 중 하나였다.
1978년 젊은이들이 3개월 동안 작은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실험을 벌였다. 도심쓰레기와 버려진 재료들로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했다. 세계 최초의 태양열목욕탕을 개발하고, 자연발효화장실을 실험했다. 동양의 명상법을 배우는 공간도 만들었다. 토론은 치열했다. 이를테면 양파를 가로 혹은 세로 어느 방향으로 써는 게 더 환경친화적이고 많은 양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파 파브릭은 1979년 6월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100여명 가운데 30~40명이 중도하차하고 남은 사람들이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빵집이나 음악교육 등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매년 2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된 우파 파브릭은 단박에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지나치게 사소하다 싶은 내용까지 토론하고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30여 년간 서서히 만들어져 왔다. 단박에 건물을 올리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행하는 우리네 문화와는 참 많이 달랐다.
1만8천㎡의 우파 파브릭에는 2개의 공연장과 체육관, 유기농빵집과 자연식품점,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어린이서커스학교와 프리스쿨, 어린이동물농장 같은 어찌보면 이질적인 공간들이 조화를 이루며 자리잡고 있다.
공연장에선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난장 공연(11월 1~3일)이 벌어지고, 세계 각지에서 온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체육관에선 소녀들을 위한 동양무술수업이 진행되고, 빵집과 자연식품점에선 믿을 만한 먹을거리들이 속속 나오고 있고, 어린이서커스 학교에선 아크로바틱를 배우느라 시끌벅적하고, 성적표가 없는 6~12세 대상 베를린 프리스쿨에선 아이들이 마음대로 수업을 정했다. 할아버지와 아이는 서로 자전거 고치기와 컴퓨터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동물농장에 아이를 데리고 온 마그나 앙글라 씨는 "요가와 꽃꽂이 강좌를 들으러 오기도 하고, 아이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오기도 한다"면서 "다른 곳에 이사를 갔다가 우파 파브릭 때문에 다시 이사를 왔다"고 했다.
우파 파브릭에는 두살배기부터 환갑에 이르기까지 12세대 30명이 거주하고 있다. 공간의 특성처럼 예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 사람이 서너 가지 일을 해야 한다. 소녀들에게 합기도를 가르치고 있던 카린 베른트 씨도 서커스 교사, 무대장치 담당으로 1인3역을 맡고 있었다.
30년째 이어지고 있는 문화와 생태가 어우러진 우파 파브릭의 실험은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우파 파브릭의 창립멤버였던 만프레드 스파니욜 씨는 "28년째 거주하고 있는데,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참 행복하다"고 말했다. 모두가 행복한 문화생태공간, 우파 파브릭은 도심 속 오아시스였다.
◇ 우파 파브릭은
-2차 대전 이전 독일 영화 본산, 우파 영화사 촬영소 베를린 장벽 세워진 뒤 폐허 방치
-1978년 3개월간 작은 공동체 실험
-1979년 공식 오픈, 공간 리모델링
-이후 온갖 토론 시행착오 거쳐 문화생태마을(넓이1만8천㎡)로 정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