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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28일 목요일

독일 생태공동체와 유토피아



독일 생태공동체와 유토피아*





권 선 형**


 * 이 논문은 학술진흥재단의 지원(KRF-2003-AL2003)에 의해 연구되었음.
** 한신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 외래교수(ksh3513@yahoo.co.kr) 


【목차】∙∙∙∙∙∙∙∙∙∙∙∙∙∙∙∙∙∙∙∙∙∙∙∙∙∙∙∙∙∙∙∙∙

1. 들어가면서

2. 공동체와 유토피아

3. 독일 생태공동체 운동의 역사와 현황

4. 독일 생태공동체의 제 관점들

4.1. 생태적 관점

4.2. 사회적-경제적 관점

4.3. 문화적-영성적 관점

5. 나가면서: 유토피아로의 길

■참고 문헌

■Zusammenfassung





1. 들어가면서



현대 사회의 화두 중 하나로 에코토피아 Ecotopia를 들 수 있다. 에코토피아는 유토피아의 여러 변형 중 하나로,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자연환경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무분별한 진보이념은 자연을 정복, 파괴하기 시작했고, 나아가 생태계 전반의 파괴를 초래했다. 무참히 황폐화 되어 더 이상 쾌적하지 않은, 심지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환경에 직면하여 이제 인간들은 그것에 대한 비판적 대안으로 에코토피아를 생각하게 되었다. 중세에서 근세로,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격동기에 토마스 모어 Thomas More가 허구의 유토피아 섬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평등이 실현된 새로운 사회질서와 국가체제의 모델을 제시한 이래로 유토피아는 이상 사회의 모델이 되었다. 이제 자연 파괴로 인해 지구촌 전체가 병들어 신음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에코토피아가 새로운 유토피아 모델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에코토피아가 새로운 이상사회에 대한 현대적 이념이라면 그 구체적 모델은 생태공동체 Ökogemeinschaft 또는 생태마을 Ökodorf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대부분 시골이나 소도시에서 -독일의 경우 베를린 같은 대도시에도 생태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다-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형성해 무엇보다도 자연 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공동체 운동인 생태공동체는 기존의 환경 적대적인 생활방식을 부정하고 생태계 전반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추구한다. 인간 중심적이 아니라 생명 중심적인 생태주의에 입각한 생태공동체 운동은 에코토피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현실에 대한 비판과 반발에 근거한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인간 정신의 또 다른 발로이다. 현재 독일의 경우 모두 140여 개의 생태공동체 또는 생태마을이 존재하는데, 여러 상이점에도 불구하고 생태주의에 입각해서 에코토피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일반적으로 생태공동체를 이루는 주요 요소로 세 가지를 든다. 즉, 생태적인 요소, 공동체적인 요소, 영성적인 요소이다. 이 요소들이 얼마나 조화롭게 유지되고 있느냐에 따라 진정한 생태공동체라 할 수 있고, 또 에코토피아가 될 수 있다. 물론 생태공동체에 대한 이해는 매우 다양하여, “1. 이념, 사회시스템, 또는 생활양식의 의미”로 이해되기도 하고 “2. 지역공동체(Local Community) 또는 지역사회의 의미”, “3. 촌락공동체(Village Community) 또는 생태마을(Eco-Village)의 의미”, “4. 의도적인 계획공동체(Intentional Community)의 의미”로 이해되기도 한다. 따라서 사람마다 의미하는 생태공동체가 다를 수 있는데, 본 논문에서 다루는 독일의 생태공동체들은 의도적인 계획공동체들이다.

본 연구는 독일 생태공동체의 제 관점들, 즉 생태적 관점, 사회적-경제적 관점, 문화적-영성적 관점 등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그것이 과연 유토피아의 정신에 얼마나 상응하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생태공동체들이 갖고 있는 이념의 발전방향을 제시하여 유토피아 정신이 생태공동체 속에서 진정으로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공동체와 유토피아의 상관관계 및 독일 생태공동체 운동의 역사와 현황을 간략하게 고찰한다.





2. 공동체와 유토피아



“오늘날 공동체 연구에서 가장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공동체에 대한 개념의 혼란”일 정도로 공동체라는 말은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공동체의 전형인 마을공동체 또는 촌락공동체에서부터 최근의 탈지역적 사이버공동체에 이르기까지 공동체라는 단어의 사용 및 적용 범위는 매우 다양하다. 이렇듯 공동체의 의미가 다양한 것은 사회적 상황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는데, “이는 공동체가 인간의 생존방식이며 삶의 표현 방식이기 때문이다”.

공동체와 관련한 개념적 혼란은 교통과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전통적인 공동체가 해체되면서 그 개념이 분화된 것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마차와 자동차 그리고 비행기의 발명으로 인해 인간의 공간극복과 생활영역의 확대가 이루어졌고, 이는 전통적인 촌락공동체의 해체를 촉발했다. 이제는 인터넷의 발명으로 전 지구를 포괄하는 사이버공동체가 형성되기에 이르러 지구촌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가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공동체 개념도 점점 분화되어 지역성은 더 이상 공동체 개념의 필수조건이 아니게 되었다. 따라서 현대의 다양한 공동체 속성들을 분석해 볼 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공동체의 의미가 기술발전과 더불어 추상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즉, 산업화 초기에는 공동체가 지리적 영역에 의해 그 실체가 확인되었으나 공업화가 이루어지면서는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해 확인되고, 정보통신 기술이 물리적 공간장애를 획기적으로 극복한 오늘날에는 인간상호 간의 공통의 유대나 정서로 그 개념이 추상화되었다.

이러한 공동체 개념의 추상화 이면에는 개인주의적이고 합리주의적인 개인관, 사회관이 자리하고 있다. 개인은 그 자체로 완전한 인간임을 하나의 권리로 인식, 주장하면서 개인의 공동체로부터의 이탈이 시작됐고, 이와 더불어 공동체는 점점 해체된 것이다. 그래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근대사회의 전개사는 공동체로부터의 개인의 해방의 역사이자 공동체해체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역사의 진행과 더불어 인간들은 공동체로부터 공간적, 정신적으로 해방되었고, 그로 인해 공동체 개념은 점점 추상화 되었다. 그래서 현대에는 지역성에 기본을 둔 게마인샤프트 Gemeinschaft 식의 공동체는 더 이상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동체 해체로 인한 비인간화와 인간의 소외 현상 등 사회적 병폐에 대한 인식과 비판의 소리 또한 적지 않다.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학자들 사이에서 공동체 해체에 대한 반동운동이 일어났는데, 니스벳 R. Nisbet의 ‘공동체의 재발견’이 그것이다. 이는 19세기의 합리주의, 개인주의에 대한 반박이자 산업사회의 인간상실에 대한 비판운동의 일환으로 일어난 것이다. 반공동체적인 사회변동에 대한 반발과 불신이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사이버 세계가 난무하는 현대에도 인간들은 자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전통적인 의미의 게마인샤프트 식 공동체로 회귀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학자 강대기는 현대인의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그 하나는 개인적 차원에서 공동체가 가장 바람직한 삶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집합적 차원에서 공동체는 21세기 이상사회 건설에 목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여 지구촌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지기도 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이상사회 건설을 추구하는 인간의 염원은 전통적인 의미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유토피아가 사회의 오메가라면 게마인샤프트 식 공동체는 사회의 알파에 비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에코토피아를 꿈꾸는 생태공동체들이 계획 공동체로서 지역성에 기본을 둔 작은 촌락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매키버 R.M. MacIver도 말하듯이 진정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의 충분한 접촉과 참여, 공동이익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회관계가 전제되어야 하고 지역의 공유를 필요조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즉, 지역성과 공동체 의식이 전제되지 않고는 진정한 공동체가 될 수 없고, 알파로서 오메가인 유토피아를 향해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규모의 커다란 도시공동체보다는 소규모의 게마인샤프트 식 촌락공동체를 통해서 공동체 이상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에 생태공동체들은 촌락공동체를 이루며 계획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생태공동체들은 생태계와의 관계를 매우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다른 공동체와 구별된다. 산업화 이후 현대사회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생태계 파괴로 인한 제반 문제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그 심각성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될 정도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생태계와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의미에서 새로운 공동체 운동으로서 생태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 생태공동체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생태주의, 공동체주의, 영성주의를 그 기본가치로 내세우면서 새로운 공동체 운동을 실험함으로써 새로운 유토피아인 에코토피아를 지향하는 것이다.

사실 유토피아는 무엇보다도 불만족스런 현실에 대한 반발과 비판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다 나은 세계를 추구하려는 희망의 표현이다. 유토피아는 현실 개혁과 제도 비판을 근거로 하고 있기에 현상을 유지하려는 사상과는 대응되고, 때로는 경쟁적이거나 적대적이기도 하다. 즉 유토피아의 정신은 블로흐 Ernst Bloch가 얘기하고 있듯이 현실비판이라는 부정의 원리와 이상세계의 창조라는 긍정의 원리, 즉 ‘희망의 원리’를 그 본질로 하고 있다. 블로흐가 말하는 이러한 희망 또는 갈망이라는 본질의 근저에는 인간이 현재 사회의 부당한 점을 개선하여 나아가면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그래서 역사가 발전할 것이라는 역사의 진보개념이 깔려있다. 역사가 진보하기 위해서는, 환언하여 현실세계와 이상세계의 간격을 줄이고 미래지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최상의 현실 실현을 위한 인간의 활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생태공동체가 에코토피아를 지향한다는 것은 환경파괴, 생태계파괴로 인한 인류의 종말이라는 현대사회의 심각한 현실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위한 노력을 의미한다. 인간과 자연, 아니 생태계 전반이 상생하는 관계를 위해 노력하다 보면 보다 나은 환경을 이루어내 인류의 존속과 발전이 지속 가능하리라는 사고가 그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생태공동체는 21세기의 대안 사회 운동으로서 그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3. 독일 생태공동체 운동의 역사와 현황



독일의 경우 생태공동체 운동의 뿌리는 산업혁명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70/71년의 대 프랑스 전쟁에서 이겨 소독일 통일을 이룬 후 독일은 프랑스에서 들어온 전쟁 배상금에 힘입어 산업혁명에 박차를 가한다. 1880/90년대에 산업혁명이 최고조에 달하고 ‘진보’의 이념이 시대 분위기를 지배하면서 환경의 오염 및 파괴는 등한시 되었고,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면서 급속한 속도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이런 시대적 배경 하에서 환경오염 및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산업화를 강력히 비판하는 ‘고향 지키기 운동’ 또한 일어났다. 이 운동은 고향 지키기와 자연보호를 동시에 외쳤는데, 1904년에는 드레스덴에서 ‘고향 지키기 연맹 Bund Heimat- schutz'이 결성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 운동이 내세운 “소박함의 이상”, “소비에 대한 포기”, “확대되는 자연 파괴에 대한 저항”과 “생태주의적 경고”는 오늘날 생태공동체 운동의 정신과 일치한다. 19세기 말에는 또한 ‘생활 개혁 운동’도 일어났다. 반도시적이며 반기술적인 성격을 지닌 이 운동은 진보주의자들의 자연파괴에 저항하며 보다 단순하고, 환경을 고려하는 생활을 주장했다. 도시의 비좁음과 연기, 소음으로 인한 결과에 우려를 표시하며 이 생활운동가들은 자연과 함께 하는 시골에서의 삶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1887년에는 독일 최초의 시골공동체 Landkommune가 형성되었고, 나체문화와 채식주의를 도입하여 생활의 개혁을 추구하고자 했다. 이후 자연에 의한 치유는 인기를 얻으면서 1907년에는 전국적으로 180개가 넘는 시골공동체가 존재했다. 그리고 이 당시에는 건강식품점 레포름하우스 Reformhaus가 생겨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점점 활성화 되던 생활 개혁 운동은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약화되다가 1920년대에 어느 정도 부활되지만, 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나치의 이데올로기에 흡수되면서 원래의 면모를 잃게 된다. 독일의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세력이 자유주의적 진보주의자들이었다면, 고향 지키기 운동과 생활 개혁 운동을 주장한 세력은 이른바 보수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자연친화적이고 건강한 삶을 통해 서구의 문명이 가져올 악영향에 대항하여 독일적인 것을 지켜내려 했던 것인데, 이것이 히틀러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맞물리면서 악용되었던 것이다.

2차대전 이후, 즉 20세기 후반부의 생태공동체 운동은 68혁명 이후의 시민운동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적이고 경직된 사회구조에 반대하여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68운동이 일어났는데, 젊은 대학생들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개혁을 주장하였다. 이들은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면서 자아실현을 추구하였다. 이런 공동체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나중에 생태공동체 운동이 전개된다. 왜냐하면 환경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시민운동의 중심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2차대전의 잔해에서 경제적 재건을 하는 과정에서 환경 훼손이 컸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환경정책을 입안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부의 환경정책만으로는 환경문제가 해결될 수 없었다. 1972년에 있었던 “성장의 한계. 인류의 현 상태에 대한 로마 클럽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켰고, 독일에서는 여러 환경 시민단체가 생겨나 사회주의적 성향의 환경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생태공동체 또는 생태마을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80년대와 90년대이다. 특히 90년 통일 이후에 구 동독지역에서 실험적인 생태공동체들이 다수 생겨났다. 지금은 생태공동체 네트워크에 등록된 공동체만도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국적으로 140여개가 된다. 그런데 전 세계의 생태마을 또는 생태공동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인 ‘국제 생태마을 네트워크 Global Ecovillage Network’(GEN)의 자료에 의하면 생태공동체의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독일 ‘실험사회조성센터 Zentrum für Experimentelle Gesellschaft-Gestaltung’가 GEN의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최근 기록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2만 5천개, 독일에는 4백여 개의 공동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생태공동체를 규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은 공동체도 상당수에 이를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독일 생태공동체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고, 보다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함으로써 에코토피아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4. 독일 생태공동체의 제 관점들



4.1. 생태적 관점



생태공동체의 출발점은 무엇보다도 생태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실천적 사유에 근거한다. 그래서 생태적 요소는 생태공동체의 여러 구성요소 중에서 빠질 수가 없는 필수적인 것이다. 현대 사회의 생태계 위기에 대한 인식이 생태공동체라는 실험적 공동체 생활방식을 낳았기에 생태적 관점 없이 생태공동체는 생각할 수가 없다. 생태공동체에서는 공동의 생활방식을 통해서 생태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려고 시도한다. 즉, 공간과 에너지, 기계, 자동차뿐만 아니라 옷, 신발과 같은 생활필수품 등도 공동으로 사용함으로써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소비도 줄이려고 한다. 사회에서 행해지는 보통의 개별적인 조치들이 가져다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생태적인 삶을 살아냄으로써 자연과 친화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내려는 것이다. 따라서 생태공동체는 구성원들 상호 간에 그리고 다른 생물체 및 토지와의 관계에 있어서 조화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모든 사물과 생명체들은 서로 결속되어 있고, 우리의 사고와 행위는 우리의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대한 깊은 이해 속에서 생태공동체는 형성되었다. 그래서 생태공동체는 환경에 대해 가능한 한 적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방식을 추구하면서 사회적, 문화적 환경과 연대하려는 의도를 지닌다.

생태공동체가 추구하는 생태적 측면은 매우 다양하다. “생태공동체에서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집짓기, 옷 만들기, 먹을거리 마련하기, 의료, 문화, 교육, 에너지 등- 생태주의 원리에 근거하여 해결”하려고 한다. 따라서 땅과 물, 바람, 식물, 동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삶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결단이 중요하다. 그래서 생태공동체를 계획하고 조성하는 단계에서부터 생태적 삶이 가능하도록 구상, 실현되어야 한다.

생태공동체에서 말하는 생태적이란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것들을 의미한다.



* 생태적인 식료품을 가능한 한 많이 공동체 내에서 재배하기

*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천연 재료를 이용하여 살아 숨쉬는 집을 짓되 지역의 전통적인 건축방식을 고려하기

* 재생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이용하기

* 지역을 위한 생태적 소규모 사업체 운영하기

* 공동체 내에서 이용된 산업생산물의 순환을 사회적, 영성적, 생태적 관점에서 평가하기

* 에너지와 쓰레기의 생태적 경영을 통해 토지와 물, 공기를 깨끗이 유지하기

* 생명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장려하며, 야생동물 서식지역을 지키고 확장하기



생태공동체에서는 퍼머컬처 정신에 의해서 농사를 지어 가능한 한 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하려고 한다. 퍼머컬처 permaculture는 퍼머넌트 permanent와 애그리컬처 agriculture의 합성어인데, 이 말이 암시하듯이 자연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생태계의 유지를 우선으로 하면서 농사를 지으려고 한다. 따라서 퍼머컬처 원칙에 의한 농사는 인공적 조치에 의해 생산물의 양을 극대화 하는 것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환경과 그 안에 사는 인간 사이의 관계가 균형을 이루고, 이러한 균형이 극대화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에 따라 농사를 지어 먹을거리를 만들려고 한다. 니더카우풍엔 공동체 Kommune Niederkaufungen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농사를 많이 지어 남는 농산물은 공동체 내의 작은 상점을 통해 인근 마을 사람들에게 판매하고, 부족한 농산물은 유기농법에 의한 것들을 가능한 한 인근으로부터 구입한다. 멀리 내다 판매한다거나 멀리서 구입해 올 경우 자동차를 이용하게 됨으로써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또 그로 인해 공해가 발생하기에 가능한 한 이러한 비생태적인 방법 또는 절차들을 피하면서 먹을거리를 마련하려고 하는 것이다.

집을 지을 때에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건축자재의 경우 운반에 드는 에너지 소비 및 그로 인한 공해의 발생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오늘날 독일의 경우 일반 건축에서도 이른바 생태건축이 확산되어가고 있는데 생태공동체에서 추구하는 생태건축이란, “현대의 기능 건축 또는 에너지 절약 건축 개념에서 진일보하여 자연을 적극적으로 건축 계획 요소로 부각시킨 건축”을 말한다. 즉, “‘자연 속에 있는 건축’ 또는 ‘자연의 일부로서의 건축’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최근에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 건축”으로, 단순히 에너지 절약을 위한 건축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건설, 사용, 및 폐기 단계에까지 자연에 순응하며 공생하는 건축”을 추구함으로써 자연에 가까운 건축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건축을 말한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건축을 할 경우 그 건축물은 자연스럽게 지역 또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게 되어 이질적으로 홀로 우뚝 서있는 건축물이 되지 않는다.

생태공동체가 추구하는 생태건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재생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이용이다. 왜냐하면 전체 에너지 소비 영역 중에서 건물을 위한 에너지 소비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물 난방을 위해 석유나 가스 등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태양열과 같은 대체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에너지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여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양에너지 시스템의 경우 초기비용은 많이 들어가지만 한 번 구축하고나면 영원히 사용 가능하기에 경제적일뿐만 아니라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환경오염 발생률도 적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니더카우풍엔 공동체가 카셀 대학교의 환경시스템연구 학술센터 Wissenschaftliches Zentrum für Umweltsystemforschung와 공동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이들은 세 개의 생태공동체 즉, Kommune Niederkaufungen (KNK)과 Ökodorf Sieben Linden (ÖSL), LebensGut Pommritz (LGP)의 생활방식 및 경제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조사하고, 이를 독일 일반가정의 평균치 및 카우풍엔에 있는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세 가정의 그것과 비교하였다.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 일반 가정이 주거와 섭생, 유동성을 위해 방출하는 이산화탄소 등가물의 양은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요구되는 것보다 6배나 높다. 여기서 용인수치는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의 후손이 오늘날과 같은 환경을 물려받기 위해 넘어서지 말아야 할 환경오염의 한계수치를 전 지구상의 인구별로 나눈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 한계수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다면 모든 인간이 지켜야 하는 이산화탄소 등가물의 방출 한도량인 것이다. 생태주의 가정은 확실히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 등가물을 방출하고, 세 개의 공동체 중 두 공동체는 주거면에서의 환경부담 정도가 매우 낮기에 생태주의 가정보다 환경오염 정도가 훨씬 낮다. 하지만 생태공동체들도 현재의 지구 환경이 지속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원한다면 더 많은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의 결과에 근거해서 각 분야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거의 경우 KNK 및 ÖSL과 독일 일반가정의 평균치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차이의 가장 큰 이유는 건물의 상태와 난방의 종류, 전기의 사용에 있다. 이 두 생태공동체는 열 손실률이 적은 건물들을 소유하고 있었고, 이 건물들은 거의 전적으로 생태적인 건축자재로 지어졌거나 개선되었다. 그리고 난방과 온수를 위해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전기 사용량도 현격하게 적었다. 하지만 LGP의 경우 육중한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고, 또 난방도 부분적으로는 낡은 석탄 보일러로 하기 때문에 주거 부분에서 이산화탄소 대응물의 방출양이 다른 공동체들보다 매우 많았다. 또 다른 생활영역인 먹거리의 경우, 현대에 와서는 농산물이 전 지구적으로 운송되고 비료의 사용도 적지 않기에 환경에 대한 부담의 정도가 높은 편이다. 생태적 농법은 전통적인 농법과 비교할 때 가스의 방출양이 약 25% 정도 적다. 그리고 생산물에 따라 식료품의 운송 부분이 환경오염의 5-40%를 차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역에서 갓 재배한 것을 구입하거나 자체적으로 재배할 경우 가스 방출양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음식물 중에서는 유제품과 육류의 소비가 가스 방출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대다수의 독일인들이 유제품과 육류를 섭취하는 반면에 생태공동체의 경우 육류의 소비를 가능한 한 줄이고자 하기에 이 부분에서도 공동체들의 가스 방출양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이동성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생태공동체의 구성원들 개개인이 이동한 킬로미터 수는 독일 평균치보다 높았다. 그것은 연령구조와 관련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20세에서 50세까지의 이동 양이 많은 연령층이 생태공동체에 많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독일 및 다른 국가들에 있는 공동체들과의 네트워크를 위해 많이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승용차의 경우 천연 가스나 유채 기름 등 이산화탄소 방출양이 적은 연료를 사용함으로써 독일 평균치 이산화탄소 등가물 방출양의 절반 정도에 해당됐다.

독일 생태공동체들은 이 외에도 여러 생태적 요소를 통해 생태적인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역을 위해 소규모 생태적 사업체를 운영하고, 자신들이 이용한 모든 산업생산물에 대해 자체적 평가를 통해 소비를 줄이며, 쓰레기의 재활용 및 에너지 화를 추구하여 환경을 보호하고, 또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등 여러 생태적 삶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생태공동체의 생태적 관점에 대한 이상의 고찰을 종합해 볼 때 생태공동체들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생태계와의 관계 설정과 삶에 대한 생태적 관점 등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이산화탄소 등가물의 방출양이 한계수치를 넘어선다는 것은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지속적인 자체 평가를 통해 생태적인 관점을 보다 발전시켜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4.2. 사회적-경제적 관점



생태적 관점이 생태공동체 출발의 근거가 됐다면, 사회적-경제적 관점은 생태공동체의 유지 및 발전과 관계되는 것으로 공동체의 성공 또는 실패 여부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설정하는 사회적 측면과 공동체의 살림을 꾸려가는 경제적 측면은 서로 긴밀하게 맞물리는데, 다른 공동체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장 복잡하고도 현실적인 문제로 구성원들 모두의 삶과 직결된다. 생태공동체와 같은 의도적인 계획 공동체 내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중요성을 띤다. 그것은 개인들 사이의 갈등 및 개인과 집단의 불화, 공동체에 대한 회의 및 실망, 경제적 불안정 등이 구성원들로 하여금 공동체를 떠나게 만들어 공동체의 와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생태공동체는 어떤 사회적 관점과 경제적 관점을 통해 운영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생태공동체의 사회적 측면은 인간의 소원과 관계한다. 즉,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모두가 개체로서 그리고 공동체의 부분으로서 자신을 잘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소원이 그것이다. 현대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대단위 조직에서는 종종 개인의 목소리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시당한다. 하지만 생태공동체들은 대부분 그 구성원의 수가 적기에 개인 하나하나의 영향력이 충분히 느껴질 정도이다. 생태공동체에서는 개인의 목소리가 분명하고도 작지 않은 힘을 지닌다. 그래서 구성원들 모두는 자신의 삶 및 공동체의 운영과 관련한 의사결정과정에 제 목소리를 온전히 내면서 참여할 수가 있다. 그리고 아이들도 애정이 넘치는 환경 속에서 정원 가꾸기와 같은 일상적인 과제에 참여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실질적인 체험들을 통해 많은 능력을 획득할 수가 있다. 아이들을 비롯한 구성원들 모두는 공동체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는 법을 배우는 중에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전체 속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의식도 확고하게 지니게 된다. 일반적으로 생태공동체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타인에 대한 자신의 책임 사이에 균형을 이루어내고자 한다. 그래서 자유로우면서도 목적의식이 분명한 인간 유형을 형성해내려고 하는데, 그런 인간들은 자기 자신의 욕구뿐만 아니라 자기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욕구를 인식하고 충족시키는 법을 알게 된다.

생태공동체 또는 생태마을에서 생각하는 사회적 공동체란 다음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 자기 자신을 인식할 수 있고,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체험할 수 있는 공동체

* 공공 재산을 공유하고 상호 보조해주는 공동체

* 좋은 결정을 내리는 법과 갈등 해소법을 배울 수 있는 공동체

* 총체적이고 예방적인 건강관리에 가치를 두는 공동체

* 소외되지 않은 노동과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공동체

* 아이들과 노인들, 소수들에게 충만한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동체

* 평생 교육을 장려하는 공동체

* 차이점을 존중함으로써 일체감을 강화하는 공동체

* 예술적 표현을 장려하는 공동체

* 생태적 사업장을 운영하는 공동체



그럼 이제 생태공동체의 경제적 측면을 살펴보자. 생태공동체에서는 보다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방식에 도달하기 위해서 개인들이 부담해야 하는 재정적인 부담을 낮추고, 오히려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보조해주는 식으로 경제구조가 짜여져 있다. 따라서 개인들은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다할지라도 인근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함으로써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그로 인해 공동체 외부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일 수가 있다. 이것은 다시 공동체 내부에서의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해주고, 또한 지역사회에서 일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도 넓혀준다. 따라서 생태공동체의 경제적 삶은 의식적으로 단순성을 추구하고, 일과 사적인 부분을 서로 혼합시키며, 수입의 원천을 가능한 한 공동체 내부에서 찾도록 한다. 지역에서 구한 먹을거리와 에너지를 통해 부분적으로 자급자족을 이루어내고자 하는데, 이는 개인들과 공동체로 하여금 경제적 안전성이라는 부가적인 감정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런 감정으로 인해 공동체는 어쩔 수 없는 경제적 변화에 대해 보다 용감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개인 또는 작은 그룹이 어떤 사업을 새로 시작할 경우에 공동체는 그 당사자에게 시작 단계에서 재정적으로 지원을 해준다든지 공동체 내에서의 다른 업무를 면해주는 등 지원을 해줄 수가 있다. 또한 많은 생태공동체들은 대안적인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회의 일반적인 경제 시스템으로부터 독립하고자 시도하는데, 이는 공동체를 강화하는 데도 기여한다. 대안적인 경제 시스템이란 경우에 따라서는 단순히 선물하기나 물물 교환하기 그리고 품앗이에 근거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공동체의 결속력과 경제적 기반이 더욱 강화된다.

생태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한 경제적 원칙들은 다음과 같을 것들을 포괄한다.



* 의도적인 단순성

*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공동경제 (공동 식사, 공동 업무) 및 완전한 공동경제

* 지역에서 수입을 창출하는 조처들 (생태적인 사업장 운영, 생태적 조언 해주기)

* 보조 화폐 (친절한 호의, 내부용 화폐 등등)

* 대안 은행



그런데 공동체의 이런 경제적인 원칙들은 사회적인 원칙들과 긴밀한 관계 속에 놓여있다. 돈과 소유 그리고 책임감이라는 문제가 서로 얽히면서 구성원들 개개인의 삶과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나아가 공동체 전체의 결속력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공동체를 건립하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되는 것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수많은 문제점과 갈등을 야기하는 중요한 주제들이다.

생태공동체들의 재정 형태는 단순하게 묘사하면 두 가지 모델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구성원들 개개인이 전체를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이고, 둘째는 공동체가 개개인을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첫 번째 재정모델의 경우 구성원들 모두는 자신의 수입과 소유, 돈에 대해 책임을 지는데, 협약된 부분을 일종의 세금처럼 공동 재정을 위해 지불한다. 따라서 이런 공동체들에서는 공동 수입의 대부분이 구성원들에게서 나온다. 최근에 새로 생겨나는 생태공동체들에서 이 모델을 도입하고 있으며,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재정모델이다. 두 번째 재정모델의 경우에는 공동체 수입의 대부분 또는 전부가 공동체의 집단적인 행위에 의해서 발생한다. 그리고 이 수입은 구성원들을 부양하는데 사용된다. 거의 예외 없이 모든 구성원들은 공동체를 위해 일하고, 공동체는 그 대가로 구성원들의 의식주를 책임져준다. 따라서 공동 소유방식인데, 용돈을 주거나 따로 신청을 해서 돈을 받는 식으로 해서 사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공동체들은 실제에 있어서 이 두 모델의 혼합형태를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구성원들은 공동체 내부에서 공동체를 위해서 일하고, 어떤 구성원들은 외부에서 일을 하여 수입을 얻는다. 개인들이 벌은 돈은 개인에게 귀속되는데, 의식주를 위해 그 중 일부를 공동체에 낸다. 또는 개인적으로 번 돈이건 공동으로 번 돈이건 수입 전부가 공동체에 귀속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공동소유의 방식을 더 많이 취하면 취할수록 공동체는 보다 긴밀한 결속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물론 구성원 상호간의 이런 긴밀한 유대와 관계가 새로 공동체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나 공동체 구성원의 일부에게는 두려움을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의 소유가 전혀 없다는 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공동체들은 공동소유와 개인소유 사이의 중간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쨌든 구성원들 모두가 돈과 소유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와 관련하여 의식적으로 공동체에 대해 책임감을 느낄 때 공동체는 가장 이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책임감이라는 것은 특히 공동체를 이끈다거나 어떤 의사결정을 할 경우에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재정적인 문제나 공동체의 운영과 관련하여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할 경우 구성원들 모두가 똑같이 책임감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공동체는 비로소 이상 사회의 모습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구성원들은 공동체를 이끄는 문제가 걸릴 때에 책임감을 회피하고 그저 수동적인 관찰자가 되려고 하기도 한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책임감을 너무도 진지하게 느낀 나머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공동체들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그리고 공동체는 구성원들로부터 더 많은 책임감을 기대한다. 즉, 각자가 말한 것이나 서로간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공동재산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구성원들이 의식적이고 능동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생활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일방적 존중이 아니라 쌍방적 존중이 이루어져야만 건강한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생태공동체들은 무엇보다도 돈에 대한 욕구를 단순화 하고, 가능한 한 공동체 내부 및 지역에서 수입을 창출하며, 내부용 보조화폐를 도입하는 등 자급자족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구성원 개개인이 확고한 자의식을 갖고 자신의 자유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려고 노력한다. 물론 생태공동체에서는 소유 및 수입 그리고 경제적 안정성이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불안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사이에서 긴장이 야기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떤 내규나 대화 또는 의사결정방식을 통해 잘 해결하느냐에 공동체의 지속적 발전 가능성이 놓여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3. 문화적-영성적 관점



생태공동체는 생태적 삶과 공동체적 삶 그리고 영성적 삶을 통합적으로 실현하는 실천의 장이다.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며 균형적으로 발전해야만 공동체는 지속가능성과 전망을 지닐 수 있다. 신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과 자연 및 생물들과의 관계, 그리고 우주와의 관계 등에 대해 공동체는 영성운동과 문화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동체의 정신적 기반을 형성하고, 밖으로도 자신을 건강한 문화적-영성적 공동체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구성원들도 자신의 인격과 영성을 건강하게 형성하며 자신을 창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관심 영역을 물질주의가 팽배하는 외부세계보다는 자신의 내부세계로 돌려 영성을 고양함으로써 구성원들은 생태공동체를 자아실현을 위한 이상적인 삶의 장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

그럼 독일의 생태공동체 또는 생태마을들이 추구하는 문화적이고 영성적인 측면들은 어떤 모습을 띨까? 물론 모든 생태공동체에 공통되는 단일한 영성적-문화적인 삶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동체들마다 더욱 더 관심을 두고 고양시키려고 하는 영성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공동체들은 기독교적 성향이 보다 강하여 같이 기도함으로써 영성수련을 하고, 어떤 공동체들은 좌파성향의 정치적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태공동체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영성적이고 문화적인 삶을 추구한다.

생태공동체들은 자체의 문화적이고 영성적인 원칙들을 공동체의 일상 속에 포함시킴으로써 민족 또는 지역사회의 문화적 전통들을 부활,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모든 생물들 및 지구와의 조화가 일상생활의 지주를 형성하는 그런 생활방식을 구현하려고 한다. 생태공동체에서는 영성활동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식 및 대우주의 일부로서의 지구에 대한 인식이 장려된다. 자연의 순환에 대한 관찰과 지구 및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중은 인간이 자연 및 우주와 결속되어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허락할 뿐만 아니라 문화적, 예술적 표현을 야기한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공동체의 문화적, 영성적 측면을 고양시키는데 기여한다.

생태공동체의 문화와 영성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통해 표현된다.



* 자연의 리듬에 따른 축제(예를 들면 추수감사제, 오월제 같은)나 의식들을 통해서 기쁨의 감정과 소속감을 장려하기

* 인간과 우주 사이의 일체감과 연대감에 대한 표현으로서의 예술과 창조성을 장려하기

* 글로벌적 연대감에 근거한 영성적 세계관 형성 및 장려하기

* 영성의 상이한 형식 존중하기

* 개인적 성장과 공동체 내부의 영성 수련들을 장려하기



즉, 영성적, 문화적 행사들을 통해 생태공동체들은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에게 내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영성 수련을 위한 형식은 매우 다양하여, 기도나 노래, 축제나 예식 등 여러 형식들이 도입되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의 자아가 헛된 욕심을 버리고 보다 큰 자아와 만남으로써 상호 연대감을 느껴 충족된 정신적 삶을 가능하게 하고자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 간에도 서로 진실 되게 만나 서로의 성격과 습관, 상처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존중을 가능케 하며, 상처의 경우에는 치료를 위해 서로 노력한다. 이런 다양한 영성적, 문화적 형식들이 일상생활에 도입됨으로써 일상 또한 활기차고 의미를 지니게 된다. 바쁘게 경쟁적으로 일하고 돈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일반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자아와 만나고, 자연 및 우주, 신과 만나면서 이 모든 것들과 조화를 이루어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순수하게 사적으로, 시장 경제적으로, 또는 국가적으로 조직해서 형성해낼 수 없는 것으로, 아주 특별한 자유공간을 만들어내는 생태공동체의 실험이자 유토피아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생태공동체는 하나의 평화로운 공동체 모델을 제시하는 대안적인 사회모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어떤 새로운 인간형을 구상해낸다기보다는 구성원들끼리 상호간에 인간적으로 만나고 인식하며 인정함으로써, 다양성 속에서 일체감이 형성될 수 있는 그런 공동체 모델을 추구한다. 생태공동체의 이념을 가장 잘 대변하는 표현 중 하나가 ‘무지개 같은 공동체’이다. 모든 색깔들을 포함하고 있으면서 각각의 색깔들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그러면서도 일치가 존재하는 무지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듬살이는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은데, 타인을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더욱 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제대로 행해질 경우 구성원들과 공동체는 내적으로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고 발전의 전망을 지닐 수 있게 된다. 이기주의적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빛깔만 고집하지 않고 인간과 자연, 우주, 신과의 만남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가질 때 공동체는 진정한 영성적 공동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생태공동체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한 두 사람의 다음과 같은 경험담은 이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공동체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 이전에 갖고 있던 모든 이념들을 떨쳐버려야 한다. 한 가지만이 중요한데, 그것은 내적인 작업이다. 모든 관점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이기주의적 속박에서 벗어나 대립들로부터 자유롭게 되면 비로소 진실 되게, 본래의 모습으로 서로를 만나게 된다.





5. 나가면서 - 유토피아로의 길



현대사회의 산업화로 인해 생태계는 단시간 내에 너무도 파괴되었다. 그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자연재해가 발생해 수많은 사람들과 생명들이 신음하며 목숨을 잃고 있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는 등 많은 조치들이 내려지지만 생태계 파괴로 인한 지구 온난화 현상이 점점 더 심해져 지구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생태공동체 또는 생태마을은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겨났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공동체가 생겨나 생태계 및 환경 보호에 힘쓰며 이상세계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가 계속되면서 전통적인 의미의 공동체는 점점 해체되어왔기에 현대사회에서 공동체가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이상적인 공동체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사그라지지 않은 것이다. 아니 현실이 이상과 차이가 나면 날수록 이상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더욱 증대되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인간의 노력 또한 배가되는 것은 아닐까.

생태공동체들은 무엇보다도 생태적 삶과 공동체적 삶, 영성적 삶을 추구하는데, 이런 점에 있어서 기존의 다른 공동체들과 차별된다. 한 곳에 모여 살면서 인간적, 영적으로 교제하고 소규모의 공동체 생활을 통해 자연과 더불어 자급자족을 추구함으로써 이상적인 사회를 실현하고자 한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현대사회의 일반적인 삶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구시대적인 삶을 살면서 무지개를 쫒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연 및 우주, 생명체 일체와 조화를 이루며 인간적이고 소박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자연 및 생명에 대한 존중과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를 생태공동체를 통해 구체화함으로써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이다.

생태공동체들이 에코토피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다 더 환경친화적인 삶을 살기 위해 환경보호와 관련한 학계의 새로운 연구결과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태적인 삶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공동체 스스로도 공동체 내부와 외부에서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끊임없는 개선에의 노력이 동반되어야만 생태공동체는 진정한 에코토피아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성원 하나하나를 전체의 부분으로서가 아니라 개별적 존재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 간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대하면서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조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또한 자아실현에의 노력을 북돋아주고 개인적 취미나 욕구도 충족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여러 생태적인 농업과 사업을 통해 자급자족의 길을 넓혀 경제적인 문제점이 없도록 노력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돈과 소유, 책임감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통해 나름의 방안을 마련해서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단결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또한 신과 우주,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자체의 문화적, 영성적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면의 문제가 해결되면 외적인 문제의 해결 정도도 수월해지기에 정신적 측면의 수련은 공동체의 지속을 위해 중요하다. 그리고 끝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생태공동체들이 연결되어 서로의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이를 자체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다른 공동체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 생태적, 사회적-경제적, 문화적-영성적 관점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여 이에 대해 논의한 후 필요할 경우 도입하는 것도 에코토피아로의 길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생태공동체는 자연과 더불어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이며 영성적인 삶을 추구하기에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 이상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사회의 구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에코토피아의 실현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다고 성급하게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공동체의 모습을 통해 힘을 얻으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즉, 에코토피아를 향한 부단한 노력이 필수적인데, 어쩌면 그런 과정이 에코토피아의 모습을 이미 구현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왜냐하면 만약 에코토피아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외부적인 요인이 변하면 또 다시 그 이상성이 흔들리기에 외부적 요인에 맞추어 공동체를 보강하려는 준비와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태적 삶과, 공동체적 삶, 영성적 삶을 위해 제반 관점들을 끊임없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나간다면 그 노력 자체만으로도 생태공동체는 현대사회의 유토피아, 에코토피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1세기의 새로운 대안사회 모델로서 인류의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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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권: 「생태공동체란 무엇인가」, 󰡔녹색 사유와 독일 생태공동체󰡕, 국중광 교수 화갑기념논문집, 한신대학교출판부 2004, 539-541.

황대권: 「생태공동체와 한국 사회 운동」, 생태공동체운동센터 홈페이지 http://www.commu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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